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시간 여행자의 하루

by 짱구정보통 2024. 11. 19.

시간 여행자의 하루

아침 7시. 나는 눈을 떴다. 어디서 깨어났는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침대 옆 탁자에는 낯선 시계가 놓여 있었다. “1945년 8월 6일.” 시계가 가리키는 날짜를 보는 순간, 등줄기를 타고 싸늘한 전율이 흘렀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일이었다.

1. 시간 여행자의 임무

나는 시간 여행자다. 우리의 임무는 단순하다. 과거의 중요한 사건을 목격하거나 기록하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역사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바꿀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규칙을 깨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내가 할 일은 단순히 그날의 아침 풍경을 기록하고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쉬울 리 없었다.

2. 히로시마의 평범한 아침

거리는 평화로웠다. 아이들이 뛰어놀고, 상점 주인들이 활기차게 문을 열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서 느껴지는 평범함이 오히려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몇 시간 뒤에 다가올 비극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나는 그들의 웃음을 보며, 침묵 속에서 손을 꽉 쥐었다.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스스로 되뇌었다. “나는 관찰자일 뿐이다.”

3. 결단의 순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오전 8시가 되자, 나는 도시 외곽의 작은 언덕으로 향했다. 거기서 모든 것을 지켜보며 기록해야 했다. 그런데 그때, 한 소년이 나에게 다가왔다. “아저씨, 여기 왜 왔어요?” 소년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당황했다. 누구와도 상호작용하지 말라는 규칙을 어기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하지만 그의 순수한 눈빛 앞에서 나는 결국 짧은 대답을 했다. “그냥 여행 왔어.”

그 순간, 나는 문득 이 소년이 몇 시간 후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졌다. 그를 이곳에서 멀리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나는 규칙을 지켜야 했다. 그 어떤 간섭도 허락되지 않는다.

4. 비극의 순간

8시 15분. 공기가 정적에 휩싸였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눈부신 빛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거대한 폭발음이 도시를 집어삼켰다. 불길이 솟아오르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나는 기록 장치를 작동시키며 떨리는 손으로 그 순간을 기록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소년은 어디에 있을까? 그의 가족은 무사할까?

5. 돌아오는 길

임무가 끝난 뒤, 나는 시간 이동 장치를 작동시켜 현재로 돌아왔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여전히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키지 못했다. 나는 정말로 올바른 행동을 한 걸까? 그가 살아남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6. 시간 여행자의 딜레마

시간 여행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탐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인간의 비극을 직면하는 일이며, 동시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함과 싸우는 것이다. 관찰자라는 역할은 우리를 중립적 위치에 머물게 하지만, 결국 우리는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끊임없이 질문하게 된다.

결론: 다시 시작되는 하루

다음 날, 나는 또 다른 임무를 위해 새로운 시공간으로 떠났다. 그러나 히로시마에서의 하루는 나를 영원히 바꿔놓았다. 나는 과거를 기록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그것이 내 감정과 윤리를 초월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시간 여행자는 관찰자라기보다는 영원히 흔들리는 존재일지도 모른다.